now
일상
날이 따뜻해지면서 내 생활에도 새로움이 생겼다.
- 3월 말에는 농사를 시작했다. 한동안 집에는 민성이 준비하는 모종 새싹들이 자라났고,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오전에 차를 타고 밭에 가서 한 시간 일한 다음 집에서 점심을 해 먹는 게 다시 우리의 일과가 되었다.
- 4월에는 수영강습을 받았다. 수영은 그동안 내 뜨거움을 해소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데, 불현듯 수영처럼 정해진 동작이 아닌 몸을 더 자유분방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에 축구, 10월에 현대무용을 차례로 경험할 계획이다.
- 1월 말 대구에 갔을 때 우연히 그리고 오랜만에 독립서점에 들른 것을 계기로 다시 종이책을 즐겨 읽기 시작했다. 사실 작년에는 책을 만드는 데에 열중하느라 읽은 책이라고는 참고차 밀리의서재에서 읽은 결혼/연애 에세이 뿐이었기에 읽기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다. 몇 권의 사회과학분야 신간을 읽었고, 벽돌책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 3월 말에 친구들과 함께 여기에 블로그를 연 것을 계기로 어떤 글을 쓸지 자주 궁리하며 지낸다. 얼마 전 허먼 아저씨의 일기 예찬을 읽은 후로는, 일기란을 감춘 다음 대신 매일 짧게 쓰는 시도를 시작했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쓰고 싶은 글들을 메모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연초에 작성한 리스트의 실천이기도 하다. 몸과 정신이 지쳐 있던 긴 겨울의 끝, 문득 내가 회사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나은 사람 되기>라는 리스트를 만들었다. 세계 넓히기, 창조하기, 몸 움직이기, 고요한 시간이라는 네 개의 소제목 아래에 내게 효과가 있었던 혹은 해보고 싶은 활동을 기록한 다음 필요할 때 기억해낼 수 있도록 작은 방 문 앞에 붙였다.
아마도 나는 직장생활에서 겪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과의 연결, 자연 속에서의 여유, 몸을 움직이는 활동 모두 내가 가치를 두고 싶은 것들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다 보니 그리고 날이 점점 좋아지니, 내버려 두면 그 중에서도 사람을 만나고 바깥 구경 다니는 일로만 주말이 채워졌다. 그래서 요즘은 의도적으로 읽고 쓰면서 생각하는 시간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건강
- 서른이 넘으면 기절하지 않을 거라던 의사선생님의 말이 무색하게 2월에 세부에서 또다시 기절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 후로 기력이 급격히 쇠해 고생을 좀 했지만, 그때를 계기로 부모님이 흑염소즙을 보내주셨고, 인바디를 잰 이후 1년 반 간 항상 같은 수치를 유지하던 근육량이 갑자기 1키로가 늘고 체력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 그리고 여기서 나에게 역시 근육, 그리고 그를 위해선 흡수가 빠른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4월부터는 단백질파우더를 먹기 시작했고 보신용 음식이 내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추어탕을 한 달에 한 번 챙겨먹기 시작했다.
- 한 달 넘게 매일 아침 설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해서 보울라디라는 효모균을 먹기 시작했는데, 설사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있다. 흑염소즙의 경험을 계기로 건강보조식품을 시도해보는 것에 마음을 좀더 열게 되었다.
- 그동안은 내가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강한 정신력을 따라오지 못하는) 약한 체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반대로 내가 이런 체력 부족을 겪는 것이 직장생활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성찰을 하고 있다. 친구들의 조언, 추천 받은 인지치료 책으로 일단 정신을 다스리면서, 동시에 어디까지가 정신의 개조로 해결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현실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지 고민하고 있다.
공간
-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이케아 회색 책상을 버리려고 마음 먹었다가, 돌연 생각이 바뀌어서 거실 가장 좋은 위치에 배치했다. 그동안 작은 방에 있는 긴 책상을 민성과 나눠쓰면서 민성과 금 넘어오지 말라며 실랑이하던 일도 이제 끝이고, 풀업바 옆에 있던 책상이 빠졌으니 둘이서 운동할 공간도 좀더 확보가 됐다. 그동안은 식탁이나 긴 책상에서 노트북 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따로 내 책상을 원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책상에 노트북을 올려 놓으니 귀찮아서 폰으로 하던 많은 일들을 노트북을 열어 하게 되고 읽고 쓰는 일도 더 자주 하게 되는 등 일상에 예상하지 못한 정도의 큰 변화가 생겼다. 덕분에 거실은 전보다 어수선해 보이지만.
- 4천 원 짜리 작은 꽃 화분을 그동안 두 번 들였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보다는 생화 화분이 절화보다 꽃송이 수 대비 더 오래 가고 싸다는 단순한 계산에 의해서다. 하지만 얼마 전 꽃이 진 화분을 버리려다 민성에게 혼났다. 나는 꽃이 보고 싶고 그렇다고 화분을 계속 늘릴 수는 없어서 다시 집에는 꽃이 없다. 그래도 무화과 두 그루와 이제는 잎 뿐인 국화 화분 두 개가 있는 푸르른 여름의 베란다 풍경이 있다.
습관
몇 가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평일 아침 출근 전에 차를 마시며 5분의 명상 시간 갖기: 아직은 차를 우리느라 더 바빠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 저녁 11:00부터 다음 날 아침 7:20까지 핸드폰 보지 않기: 해당 시간에 스크린락을 걸어 두었고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혼자일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잘 작동하고 있다.
- 매일 저녁에 메루치양식장의 <마른 여자를 위한 30분 운동!...>을 틀고 민성과 함께 운동하기: 5월에 긴 연휴를 맞아 첫 시도에 성공.
이 페이지는 now page에 대한 인터넷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만들게 됐다. 일반적인 about page 대신 몇 달 만에 만난 친구에게 말할 만한 근황을 적자는 아이디어다. 나를 상업적으로 어필하는 것 바깥의 소개 페이지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워서 그동안 '나를 요약하고 소개한다'는 개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now page의 about page에 있던 now page는 우선순위를 상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공감했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아니라 오직 어떤 것을 했는지를 적어야 하는 규칙이 내가 현실을 사는 데에 도움을 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일주일에 거쳐 첫 작성을 해본다.